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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조실 조사서‘직장 괴롭힘’확인
15개월간 24차례 회식…술 강권
상사 옆자리·‘오빠’호칭 강요도
‘감찰 요구’유족에 2차 가해까지
“성차별·성희롱이자 권력 남용”
지난 6월 11일 광주 서구 광주시청 앞에서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동조합이 '광주소방본부 부조리 조직문화 타파와 고(故) 소방공무원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숨진 여성 소방공무원 약혼자가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과장 옆자리에 앉아라."
"서장에게 인사하고 술을 받아라."
"편하게 오빠라고 불러라."
광주 광산소방서에서 근무한 20대 여성 소방관 A씨가 상급자들에게 들은 말이다. 음주를 강권했고,회식은 노래방과 나이트클럽으로 이어졌다.술자리가 다음 날 새벽까지 계속되기도 했다.
A씨는 주변에 "죽을 것 같다","열 번 넘게 토했다","취해도 집에 보내주지 않는다"고 호소했다.하지만 조직은 그를 보호하지 않았다.A씨는 2025년 10월 결혼을 앞두고 숨진 채 발견됐다.
정부 조사에서 A씨가 회식과 음주 강요,사적 심부름 등 직장 내 괴롭힘을 겪은 사실이 확인됐다.남성 간부 옆자리에 앉거나 '오빠'라는 사적인 호칭을 사용하도록 요구받은 정황도 드러났다. A씨가 숨진 뒤에는 소방 당국이 유족의 감찰 요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고인의 심리상담 자료를 일부만 발췌해 사망 원인을 개인사로 돌린 사실도 확인됐다.여성단체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회식 갑질을 넘어 "직장 내 성차별·성희롱이자 괴롭힘,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15개월간 24차례 회식…새벽 2시까지 술자리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 조사 결과 A씨는 2024년 7월부터 사망 직전까지 약 15개월간 모두 24차례 회식에 참석했다.
일부 회식은 식사로 끝나지 않고 노래방이나 나이트클럽으로 이어져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계속됐다.회식 자리에서는 늦게 온 사람이 술 석 잔을 마시는 '후래자 삼배',참석자들이 차례로 폭탄주를 마시는 '파도타기'가 이뤄졌다.상급자들은 A씨에게 폭탄주를 한 번에 마시라고 수차례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족이 공개한 A씨의 카카오톡 대화창에는 당시 상황이 담겨 있다. "안보팀 셋이서 팀 회식했는데 나 10번 토함","나 진짜 술 많이 마셨어.죽을 것 같아.너무 힘들다.", "나 팀장님이랑 둘이 노래방 가야 될 것 같아".
남성 간부 옆에 앉히고 "오빠라 불러라"
회식 자리에서는 A씨에게 성별에 따른 역할을 요구하는 성차별적 언행도 이어졌다.
상급자들은 A씨에게 "서장에게 인사드리고 술을 받아라",
777없는 슬롯머신"과장 옆자리에 앉으라"고 했다.한 상급자는 남성 간부를 "오빠라고 편하게 부르라"고 말했다. 여성 하급자에게 남성 상급자 옆에 앉아 술을 받고,공적인 직급 대신 사적인 호칭을 사용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여성 직원을 동등한 동료가 아니라 남성 상급자의 술자리와 분위기를 보조해야 하는 사람으로 취급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26일 성명을 내고 "여성 공무원을 술자리에 동원하고 음주를 강요하고,사적인 심부름을 시키고,'오빠' 호칭을 요구하는 것은 직장 내 성차별·성희롱이자 괴롭힘이며 권력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업무와 무관한 심부름에도 반복적으로 동원됐다.
조사 결과, A씨는 전임 서장의 부친상과 빙부상 장례식장에서 상차림과 각종 심부름을 했다.주말에 열린 서장 등의 퇴임식 행사를 준비하고,상급자 이동을 위한 차량을 운전하기도 했다. A씨가 해외여행을 간다고 하자 상급자가 술과 커피를 사 오라고 지시한 사실도 확인됐다.
상급자가 부하 직원에게 개인적인 일을 시키는 것은 직위를 이용한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간부 옆자리 착석과 음주 강요,사적인 호칭 요구가 업무 밖 심부름과 함께 이뤄졌다는 점에서 성별화된 접대와 보조 역할을 요구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소방 당국의 대응은 A씨가 숨진 뒤에도 논란을 낳았다.
광주소방본부는 A씨 사망 일주일 뒤인 지난해 10월10일 결재한 공문에서 '지난 6월 상담 중 남자친구와 불편 호소'라는 문구를 기재했다.근거로 삼은 것은 A씨가 생전에 이용한 심리상담 자료였다.
정부 조사 결과 상담 자료에는 약혼자에 대한 긍정적인 내용도 있었지만,광주소방본부는 이를 제외하고 관계의 어려움을 토로한 부분만 발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에서 겪은 회식과 음주 강요,사적 심부름은 빠지고 개인적인 연인 관계가 사망 원인인 것처럼 부각된 셈이다.
해당 공문은 내부 인사시스템을 통해 공유됐다.유족은 이 과정에서 왜곡된 내용이 조직 안에 퍼졌다며 2차 가해라고 반발했다. 심리상담 기록은 비밀이 보장돼야 할 민감한 개인정보다.이를 당사자의 동의 없이 내부 문서에 활용하고 일부 내용만 골라 사망 원인을 설명하는 데 사용한 것은 조직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린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연도별 전체 소방공무원 인원 증가율과 여성 소방공무원 인원 증가율 그래프.ⓒChatGPT 생성 가해자로 지목된 부서장이 '셀프 감찰'
유족의 감찰 요구가 세 차례에 걸쳐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A씨 사망 이후인 2025년 10월 13일 광산소방서는 유족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조사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그러나 갑질 행위자로 지목된 부서장이 직접 조사를 맡았다.사실상 '셀프 감찰'이었다.
광주소방본부는 광산소방서의 자체 조사 결과를 형식적으로 확인하는 데 그쳤다.소방청도 감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노동조합의 민원을 접수하고도 관련자 대면 조사를 미뤘다.
본격적인 조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조정실 주도로 사건을 조사하라고 지시한 뒤에야 시작됐다.이 대통령은 엑스(X)를 통해 소방 당국이 심리상담 자료를 왜곡·유포하고 감찰 요구를 묵살한 데 대해 "최악의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국무조정실은 관련자 17명에 대한 징계를 소방청에 요구했다.이미 퇴직한 2명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여성 소방공무원, 전체의 단 10%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체 소방공무원 6만6797명 가운데 여성은 6736명으로 약 10%였다.
박선영 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여성신문에 "폭음을 강요하는 회식 문화를 바꾸고,회식을 대체할 수 있는 조직 소통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소방공무원들이 경험을 나누고 연대할 수 있도록 전국 단위의 성평등위원회나 네트워크를 설치하고 외부 전문기관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성평등가족부의 '2024년 성희롱 실태조사'에서도 회식 장소는 직장 내 성희롱이 많이 발생하는 공간으로 나타났다.성희롱 피해 장소는 사무실 내가 46.8%로 가장 많았고,회식 장소가 28.6%로 뒤를 이었다.
소방청은 전국 소방지휘관 긴급회의를 열고 조직문화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기로 했다.
TF는 회식·음주 강요와 직장 내 괴롭힘,
777없는 슬롯머신성희롱을 근절하고 감찰 기능과 공익제보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그러나 회식 횟수를 줄이고 술을 자제하라는 지침만으로는 이번 사건의 원인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공직사회 전반의 성인지 감수성과 인권 의식을 다시 점검할 계기로 삼아 정부는 공공기관 내의 권력남용,성차별·성희롱 및 괴롭힘에 대한 실태를 점검하고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특히 "가해 행위는 물론 은폐와 묵살에 관여한 모든 관계자에 대해 직급과 지위를 막론하고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하며,
777없는 슬롯머신그 결과에 따라 법적 처벌과 엄중한 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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