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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레이첼 민영 리 스팀슨센터 38노스프로그램 선임연구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다시 관심을 기울일지 주목되는 가운데,바카라 2출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조건을 최근 까다롭게 변경했다는 분석이 나왔다.미국 입장에선 큰 양보로 평가되는‘군축 협상’조차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레이첼 민영 리 스팀슨 센터 38노스 프로그램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6일(현지시각)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북한은 지난 2월 9차 당대회를 거치며 미국과의 협상 조건을 대폭 강화했다”고 평가했다.리 연구위원은 스팀슨 센터 합류 전 공개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미 중앙정보국(CIA) 산하 공개정보엔터프라이즈(OSE) 소속 북한 전문 분석관으로 19년 근무했다.
그는 북한이 지난 2월 당대회에서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헌법에 명시된 현재 위상대로 인정하고 적대 정책을 철회하면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점에 주목했다.이는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나온 “비핵화 요구를 내려놓으면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표현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리 위원은 두 표현의 차이를 크게 두 가지로 설명했다.우선 대화 조건 자체가 “비핵화 요구 철회(2025년 9월)”에서 “핵보유국 지위 인정과 적대정책 철회”(2026년 2월)로 강화됐다는 점이다.그는 “‘핵보유국 지위 인정’은‘비핵화 요구 철회’보다 질적으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며‘적대정책 철회’까지 추가됐다”며 “북한이 말하는 적대정책에는 한미연합훈련,미국 전략자산 전개,인권 문제 제기 등 북한이 불편하게 여기는 거의 모든 사안이 포함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그는 “예전에는 적대정책 철회와 비핵화가 협상 테이블에서 주고받기 가능한 조건들이었다면,지금은 적대정책 철회가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대화의 의미 자체도 달라졌다고 봤다.“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표현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대화할 수 있다는 의미에 가까웠다면,지난 2월의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표현은 단순히‘적대하지 않고 지낼 수 있다’정도로 의미가 희석됐다는 것이다.리 위원은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건 소원하게 지내더라도‘싸우지는 않겠다’는 의미에 가깝다”며 “대화의 가능성이 오히려 더 낮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이제는 군축 협상조차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진단했다.최근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등을 중심으로 워싱턴에서는 북한 비핵화를 장기 목표로 돌리고 군축 협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리 위원은 군축 협상 전환 자체에는 현실적인 차선책으로 동의하면서도,그것이 북한에 통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그는 “군축 협상에서 논의될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나 전략자산 전개 제한 같은 의제들을 북한이 이미 적대정책 철회라는 대화의 전제조건 안에 다 포함해 놓았다”며 “군축 협상이 새로운 레버리지가 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북한이 과거엔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한 수단으로 군축 협상을 원했을 수 있지만,지금은 핵보유국으로서의 인정만을 원할 뿐 보유 자산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려고 할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리 위원은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경험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알려진 것보다 더 큰 영향을 남겼다고 분석했다.그는 회담 실패 이후 북한 내부에서 김정은 권한을 강화하는 헌법 개정과 대대적인 우상화 선전이 이어졌다는 점을 언급하며 “그만큼 당시 실패의 후폭풍이 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그러면서 “하노이 실패는 단순한 외교적 좌절이 아니라 지도부 내부적으로도 김정은의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준 사건”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는 120% 확실하지 않으면 미국과의 협상에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 위원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북한의 군사적 태세 변화다.그는 “북한이 과거의 수세적 방어 태세에서 벗어나 점점 더 공세적인 태세로 전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북한은 2021년 8차 당 대회 이후 한국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전술핵무기 개발을 지속해왔으며,핵무기의 선제 사용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향으로 핵 교리도 발전시켜왔다.그는 “미국이 이란·중국 문제에 집중하며 동맹 관리에 빈틈을 보일 경우,북한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북방한계선(NLL) 현상 변경 등 국지 도발을 감행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무기 고도화뿐 아니라 재래식 무기 개선과 드론(무인기) 개발·생산,전반적인 군 현대화에 집중하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리 위원은 강조했다.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얻은 교훈을 접목한 것으로 보이며,러시아와의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탱크·공군 기술 등 재래식 분야에서 러시아의 실질적 지원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러시아 입장에선 민감한 핵기술을 넘겨주지 않고도 재래식 무기 협력으로 북한에 충분한 보상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중 관계와 관련해선 “일정 부분 회복 국면에 들어선 것은 맞는다”면서도,아직 국제 현안에 대한 정책 공조 수준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그는 최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방북 당시 북한이 중국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한 지지 표현을 사용한 것은 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다만 “여전히 북한의 가장 중요한 전략 파트너는 러시아”라며 “러시아와의 관계가 워낙 긴밀해 중국과 완전한 전략 공조 단계로 가는 데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