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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행의 이유]
디즈니플러스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1·2
킬러들에 포위된 평범한 대학생의 생존기
액션 공식 깬 ①서사 ②여성 ③외국인
편집자주 매주 뭐 볼까 고민하다 지친 당신에게 한국일보 대중문화팀 기자가 정주행을 부르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1에서 삼촌의 장례식을 치르는 정지안(김혜준).디즈니플러스 제공어린 시절 부모님을 한꺼번에 잃은 정지안(김혜준)은 삼촌과 살았다.하지만 지안이 스물한 살 대학생이 됐을 때,
테슬라 포커 218삼촌이 자살한다.도무지 곁을 주지 않던 삼촌이었지만 아무 말도 없이 갑자기 죽어버린 게 괘씸해 지안은 눈물조차 나지 않는다.
그런데 장례식 직후 삼촌 정진만(이동욱)의 정체가 하나씩 드러난다.직업부터 가짜였다.삼촌이 시골 마을에서 운영해온 농업용 호스 쇼핑몰은 킬러들의 무기 쇼핑몰‘머더헬프’를 위장하기 위한 껍데기였다.삼촌이 무기 거래상이라니 “말도 안 된다”며 지안이 황당해할 때,삼촌과 악연으로 얽힌 킬러들은 지안을 제거하고 쇼핑몰을 차지하려 지안의 집을 에워싸기 시작한다.
디즈니플러스 시리즈‘킬러들의 쇼핑몰’시즌1(2024)은 킬러들에게 포위돼 집안에 갇힌 지안의 생존기였다.지안이 여러 수수께끼를 풀었지만 마지막에 삼촌이 살아 돌아오면서 여전히 많은 것이 감춰져 있음이 암시되며 시즌1이 끝났다.이 드라마가 지난달 시즌2로 돌아왔다.
2024년 공개된 디즈니플러스의 8부작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1.디즈니플러스 제공 지난달 22일 공개된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디즈니플러스 제공 영리한 액션 입힌 미스터리 추리극
‘킬러들의 쇼핑몰’은 액션물로 오해하기 쉽다‘킬러’가 들어간 제목부터 온갖 무기가 나열된 포스터까지,전형적인 액션 드라마의 외피를 입었다.하지만 강지영 작가의 스릴러 소설 '살인자의 쇼핑몰'이 원작인 이 드라마는 미스터리 추리극에 가깝다.삼촌의 미심쩍은 죽음부터 쇼핑몰의 이상한 규칙,
테슬라 포커 218아군인지 적군인지 식별 불가한 주변인들까지 온통 의문투성이다.이 와중에 사방에서 총알이 날아든다.지안은 매번 “잘 들어,정지안”으로 시작했던 삼촌의 말들을 조합해 가까스로 위기를 돌파해 나간다.새총 쏘기와 사격 연습을 시켰던 삼촌의 이상한 양육법의 진실도 서서히 드러난다.서사에 맞춰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며 비밀이 하나씩 밝혀지는 정교한 플롯은 시청 몰입도를 최대로 끌어올린다.
액션은 두뇌싸움을 중심으로 펼쳐진다.기존의 액션 문법인‘누가 더 강한가’대신‘누가 더 영리한가’가 승패를 좌우한다.지안을 잡으려는 킬러들은 총 쏘는 드론,사족 보행 로봇 등 최첨단 장비로 치밀하게 기선을 제압하고,지안 쪽 인물들은 소파 등 집안 가구와 주변 도구를 기발하게 활용해 대항한다.기존 액션물처럼 괴력을 가진 주인공의 원맨쇼도,복수를 위해 사정없이 때리고 부수는 사이다 전개도 없다.대신 이 드라마는 살아남기 위한 인물들의 선택과 기지를 영리한 액션으로 표현하며 서사의 밀도를 높인다.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진출 후 범람했던 붕어빵 액션물에 지친 이들에겐 더운 날의 청량한 바람처럼 느껴질 만한 드라마다.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1에서 용병들에 맞서는 지안(김혜준).디즈니플러스 제공 '여성 킬러 클리셰' 지운 여성들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1에서 삼촌 진만(이동욱)과 지안(김혜준).디즈니플러스 제공이 드라마를 거칠게 요약하면‘난데없이 킬러들의 표적이 된 20대 여성이 지략과 주변의 도움으로 살아남는 이야기’다.남성 중심 액션물에서 여성은 여전히 남성이‘지켜야 할 대상’이거나 남성의 복수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기능할 때가 많지만,지안은‘보호받는 피해자’에서‘주도적인 생존자’로 자리매김해간다.삼촌과 쇼핑몰의 정체를 모두 파악한 후 스스로 자신의 길을 택하고,이후 글로벌 용병기업 바빌론과의 전투를 설계하는 브레인이 되어 판을 장악한다.킬러의 길 밖으로 도망치기도 하고 살상에 대한 죄책감에 괴로워하지만 책임을 외면하지 않는 리더로 성장한다.이제 지안은 어린 시절 줄곧 들었던 말을 삼촌에게 되돌려준다.“잘 들어,삼촌.”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에서 킬러로 성장하는 지안(김혜준).디즈니플러스 제공서사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축 중 한 명은 업계 최고 수준의‘S급 킬러’소민혜(금해나)다.'쇼핑몰 회원들은 운영자인 진만과 지안을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지안을 지키러 온 인물이다.유려한 액션과 영민한 전략으로 적을 제압하는 민혜는 가죽 옷을 입고 성적 매력을 부각하는 '여성 킬러 클리셰'를 완벽히 지운다.시즌1에서 어두운 창고에서 지형지물을 활용해 남성 용병 10여 명을 차례차례 제거하는 민혜의 액션은 이 드라마의 백미다.무명 배우에서 민혜 역할을 맡아 '한국의 안젤리나 졸리'로 얼굴을 알린 금해나는 시즌1로 청룡시리즈어워즈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1의 중국인 킬러 소민혜(금해나).디즈니플러스 제공시즌2에서는 여성 킬러들이 더 보강됐다.시즌1에선 바빌론 용병이 모두 남성이었지만 시즌2에선 여성 리더들이 투입됐다.바빌론 일본 지부에서 온 구사나기 진(정윤하)이 한국지부장,큐(현리)가 팀장을 맡아 잔혹한 킬러를 연기했다.지난달 20일 열린 시즌2 제작발표회에 여성(김혜준·금해나·정윤하·현리)과 남성(이동욱·조한선·김민·오카다 마사키) 배우가 각각 4명씩 참석해 성비 균형을 이룬 것 역시 액션물에선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여성 캐릭터 구현 전반에도 제작진의 감수성이 엿보인다.이권 감독이 시즌1에 이어 각색과 연출을 맡았고,영화‘미씽: 사라진 여자’(2016)‘대도시의 사랑법’(2024) 등의 연출가이자 이 감독의 아내이기도 한 이언희 감독이 크리에이터로 참여했다.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에서 글로벌 용병조직 바빌론의 일본지사 소속 킬러로 새로 등장한 구사나기 진(정윤하·왼쪽 두 번째).디즈니플러스 제공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에서 글로벌 용병조직 바빌론의 일본지사 소속 S급 킬러 큐(현리).디즈니플러스 제공테슬라 포커 21817);">
외국인이라 믿게 만든 배우들의 연기
'킬러들의 쇼핑몰'에서 지안의 무에타이 스승이자 진만의 용병시절 동료로 나오는 태국인 파신(김민).디즈니플러스 제공외국인 킬러들의 캐릭터도 인상적이다.민혜는 중국인,
테슬라 포커 218지안의 무에타이 스승이자 진만의 오랜 동료인 파신(김민)은 태국인이다.액션물에서 중국과 동남아시아 배경 킬러들은 대부분 밑도 끝도 없이 잔혹한 살인마로 재현된다.그러나 민혜는 쇼핑몰 회원으로서 의무와 인간적 의리를 저버리지 않는 여성,파신은 유머러스하면서도 뛰어난 무술 실력을 가진 스승으로 그려진다.드라마는 이들의 과거와 내적 갈등까지 입체적으로 다루며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병풍으로 소모하지 않는다.
배우들의 호연은 드라마를 만화나 판타지가 아닌,있을 법한 이야기로 믿게 만든다.비장하지도,과장하지도 않는 김혜준과 이동욱의 연기는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특히 중국인이 발음하는 한국어를 완벽히 구사한 금해나와 외국인이 흉내내는 한국식 유머로 웃음을 자아낸 김민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은 이들도 많았다.
벌써 시즌3를 기다리는 시청자가 적지 않다.이권 감독은 제작 발표회에서 "(시즌3를) 고민 중인데 아시다시피 저의 결정은 아니다"라며 웃었다.시청자들이 지안의 성장을 계속 지켜볼 수 있을지는,디즈니플러스의 결정에 달렸다.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의 민혜(금해나)와 지안(김혜준).디즈니플러스 제공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
장르: 액션,스릴러,미스터리
감독: 이권
각본: 지호진,이권
출연: 이동욱,김혜준,조한선,금해나,김민,정윤하 등
구성: 8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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